유리공예를 해오며 점점 욕심을 내는 제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그럴수록 유리는 더 어려워졌어요. 유리와 처음 만났을 때 느꼈던 낯섦과 설렘, 유리와만 나눌 수 있었던 대화. 이것들을 지키기 위해 특별한 계획을 세우지 않고 손이 가는 대로 딥펜을 만들고 있습니다. 굳이 딥펜인 이유는 유리가 계속 사용되기를 바랐기 때문입니다. 물건은 관찰되고 사용되었을 때 빛을 잃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결과물에 용도가 있기를 바랐습니다. 또한 하나의 분명한 용도를 설정해두고 만들면 길을 잃지 않고 유리공예를 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이 작업들은 유리와 제가 나눈 대화들을 담고 있습니다. 제가 유리보다 앞서려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던 기록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