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담은 기억을 조합하여 새로운 잔상을 조각한다. 그의 작업은 상당 부분 누구나 인식할 수 있는 익숙한 것에 집중되어 있는 것 같지만, 그동안 미처 깨닫지 못했던 새로운 면을 보여 준다. 누군가에게는 친숙함, 또 다른 누군가에겐 난처함을 선사하는 작가를 요즘 시대의 키워드로 표현한다면 ‘킹받음’이다. 각자의 기억에 남아있는 애정 어린 추억에 갑작스레 맞이한 작품의 잔상은 묘한 자극을 주며 관객 각자의 기억을 재해석 혹은 재창조할 여지를 제안한다. 누군가에게는 대충이라는 표현으로 기억 속에 유영하는 토담의 미완은 사실, 철저한 스케치와 수십개의 조형 시뮬레이션으로 치밀한 계획 아래 만들어지면서 오히려 진정한 완성에 가까워진다. 불완전한 이미지를 지닌 그의 작업은 시각적 명료함으로 완전함에 닿으려하기보단 온전하게 불완전한 모습 자체로 모두가 인식하고 있던 원본의 이미지를 치환하기 때문이다.